〈그대 걸어온 길〉외 1편
김 관 후
그대가 걸어온 그 길을
내가 걸을 수 있을까
내가 가슴 억누르며 그 발자취를
따라갈 수 없는데
그 역사가 한반도를 돌아
녹슨 못이 되어 섬곶에 박히니
내가 그것을 붙들 수 있을까
핏덩이 품에 안고 밤마다
그대 찾아 돌아눕기를 수 십 번
그대 찾아 나선 길이
험한 산길인가 뒤틀린 바닷길인가
그대 떠난 길을 따라
다시 나섰지만 너무 두렵다
〈할머니〉
그대 집 앞에 나앉아
떠난 아들을 기다리는데 소식 없고
총소리만 귀청을 울리면서
손자 울음소리만 가슴에 박힌다
며느리는 집을 나가고
그 자리에 까마귀 울음소리 요란하다
하나 주고 둘 얻었으니
이게 부처님 은공이라고
손자 머리만 쓰다듬는다
세상 사는 일이 칼날인데
그 칼날 위에서 춤을 추고 싶은데
가슴에 박힌 멍울 때문에
엉거주춤 세월만 보낸다
Posted by 김관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