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가 오는 날
김관후
우리의 국부 각하가 섬에 온다
학교길 쓰레기도 말끔히 쓸어내고
앞가슴 이름표도 반듯하게 붙이고
각하가 우리 마을을 지나는데
단정한 차림으로 태극기를 양손에 들고
각하를 기다리자
동무들은 민둥머리에 땡볕을 맞으며
우렁차게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 날을
소리 지르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동무들은 각하를 위한 동시 짖기도 했다
각하는 독립운동을 하던 분
저 아메리카 합중국에서 박사가 된 분
서양 여자를 아내를 맞이한 분
그런 각하가 오늘 우리 마을을 지나간다
아아, 우리 국부 각하는 만민을 사랑하는
예수쟁이란다
검정고무신을 신은 동무들도
짚신을 신은 동무들도
가슴이 불쑥 튀어난 계집애 동무들도
석양이 뉘엿뉘엿 질 때까지
아직 소식 없는 각하를 내내 기다렸지만
기다리는 각하는 다른 마을로 갔는가
독립운동가 각하는 오지를 않고
동무들 목청만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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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관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