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저 멀리 떠난 아비’를 위하여
어느덧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일생을 하나하나 엮으며 살아간다는 일이, 과연 정석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이제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는 나이입니다. 저는 가끔 아내에게, 나는 백 이십까지는 살 수 있을 것 같애, 라고 큰 소리를 칠 때가 있지만, 그것은 우스개 소리에 불과하고, 역시 인생은 결코 정석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난 세월을 엮어보면 그래도, 소설집과 시집을 발간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고 삶을 풍요롭게 했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고집스럽게, 내가 발표한 소설들이 진실을 말하려고 애쓰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은, 또 한번 저에게 위안입니다.
저를 옭아매고 있는 장막을 긍정하면서, 어느 때는 엉뚱한 상상을 하다가 실행에 옮기기도 하고, 어느 때는 그냥 절망하면서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소설집을 내면서 잠시 뒤를 돌아보며, 아아 ‘저 멀리 떠난 아비’를 향하여 무엇인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 멀리 떠난 아비’는 최근에 저가 발표한 시 제목입니다. 지난 4․3 유족회 행사장에서 발표한 ‘아비’를 생각하는 저의 애틋한 마음입니다.
‘아비’는 멀리 떠났습니다. 멀리 떠난 아비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영영 대답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비바람이 쳐도, 눈보라가 쳐도 아비를 불러 세워야 합니다. 수형인이 되어 형장에서 떠난 당시 ‘아비’ 나이는 스물 일곱이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아비를 찾지 않았고, 겨우 소설이나 몇 편 써서 스스로 위안을 했는지 모릅니다.
이번 두 번째 소설집을 내기 직전에 일본에서 기쁨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의 단편 ‘두 노인’이 자지 ‘濟州島’에 실었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지난번에 발간한 소설집을 번역․출간하겠다는 의사 타진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올해는 4․3 유가족 모두에게도 좋은 일이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2006년 초여름 하귀에서
김관후
Posted by 김관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