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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김관후

저 적막한 섬에 삼백 에순 여덟 오름 있기에
섬 사람들 찬란한 역사 부를 수 있었구나
저 절망의 섬에 삼백 예순 여덣 오름 있기에
섬 사람들 찬란한 희망 품을 수 있었구나

섬 동쪽 끝 해뜨는 마을 성산포 일출봉아
섬 서족 끝 해지는 마을 고산포 수월봉아
늙은오름아 검은오름아 붉은오름아
하늬바람 등에 지고 실바람 가슴에 안고
스러진 흙바람 돌바람 다시 일으키자

아스라한 전설 간직한 꿈 이어도 향해
삼백 예순 여덟 오름 아름다운 하모니 이룬다면
어두운 섬 역사 다시 일으킬 수 있구나

맨 처음 저기 절망의 섬에서 누가 오름을 품었는가
맨 처음 저기 고독의 섬에서 누가 오름을 감쌌는가

하늘이 처음 열리고 땅이 처음 열리던 날
영산 한라가 저 망망대해로 불 뿜던 날
고량부 삼신인이 날짐승 부르던 날
삼백 예순 여덟 오름 스러진 역사 함께 불렀구나

삼백 예순 여덟 오름 작은 날개짓이여
이제 아름다운 섬 사람들 사는 마을로 내려가
닫힌 빗장을 풀고 스러진 역사 꿰매자
밝은 달 그리며 가슴 태우는 섬 사람들 위하여
저 남해에서 새 바람 부르는 섬 사람들 위하여
오름들이여, 손에 손 잡고 바다를 넘자구나

저 바다 성난 파도에 작은 불빛 보이리라
저 들녘 허허벌판에 작은 불빛 보이리라

저기 오름들 어두운 밤 작은 불빛 되어
가장 아름다운 역사 찾아 바다 건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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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8 12:38 2006/07/1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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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종다리

김관후

저 섬 물가에서 바위종다리
꼬로 꼬로 꼬로로 꼬로로 우는데
바위 틈으로 옮겨 죠오 죠오 가슴 후비는데
저 먼 하늘 향하여 한숨 돌리는데

바람이 빈 가슴 후비며 지나면
꼬로 꼬로 꼬로로 꼬로로 대답하고
밤길 몰래 떠나며 죠오 죠오 한숨짓다가
산 벼랑에 앉아 떠난 아비 부른다

그 해 사월을 고백하기에는
꼬로 꼬로 꼬로로 꼬로로 세월이 너무 쌓였고
깊은 사연 헤아리며 죠오죠오 눈물 흘리며
다시 양 날개를 펼쳐 아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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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8 09:52 2006/07/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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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야 어야로다

김관후

어의야 어여로다  어의야 어야로다
저 산 저 바다 삭막한 고통
서릿바람에 훌훌 털어버리고
비애 끓는 소스리바람 따라 나선
막막 저승이 왠 말이냐
아비 주검이 왠 말이냐
어의야 어야로다 어의야 어야로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섬곶 떠난 내 아비 따라
험한 저승길 눈물 뿌리며 가자
허허벌판에 봉홧불 올리고
기축년에 황톳길로 스러져간
빨갱이 누명 쓴 아비야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저 하늘 저 먹구름아
삼천칠백리 저 세상 이다지 멀다더냐
일가친척 영이별하고 삼천벗님 영이별하고
어둔 황천으로 잘도 가는구나
저 바다 저 하얀 파도야

어의야 어야로다 어의야 어여로다
황천길 멀다하나 대분 밖이 황천이로다
서른 둘 짚신 상여꾼 따라
스물 일곱 나이에 북망산천 가는구나
막상 살아야 단 팔십이다
어의야 어야로다 어의야 어야로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마파람이 설운오름에 멎으면
흙비내리는 이승 떠나 저 세상으로
파도 울음 듣다 지금 떠나는구나
아비 빈 꽃상여 저 멧부리 따라
꽃놀이하며 눈물 뿌리며 헤매는구나
어의야 어야로다 어의야 어여로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어의야 어야로다 어의야 어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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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8 02:57 2006/07/18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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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리

김관후


제비나비도 슴어버린
그 아득한 날 대낮에
밥상머리에 앉아 숟가락을 들다가
한숨 돌리며 자갈밭을 갈다가
저 바다에서 숨비소리 내다가
마을 공터로 모이라는 소리에
헐레벌떡 나섰습니다

한 사람씩 총알밥이 된 이후
우리마을은 빨갱이마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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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7 14:34 2006/07/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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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리 4

김관후


할미 보리타작하러 정미소 가고
어미 콩밭 매러 호미 들고 나서면
아이는 혼자 성조기를 그린다
쇠마굿간에 매인 소가 울고
부뚜막에 앉힌 솥에서 김이 나고
텅 뜯은 닭이 어이없게 꼬꼬옥 울면
그슬린 돼지가 달음질하고
벗긴 개가 멍멍 짖으며
볶음 콩에서 새움이 싹틀 기세다
서우봉에 그믐달 걸리는 어스름까지
아비는 소식 없이 적막만 쌓이고
보리타작하는 소리와
공밭에 김매는 소리만
어둠 뚫고 수월봉을 넘는다
아이는 이제 우남 이승만을 위한
시를 써야 숙제를 마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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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7 08:41 2006/07/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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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리 3

김관후

섬 끝부분의 상처를 더듬을 수 있는 함덕리에는
무자년 밀려난 파도가 다시 모여드는 함덕리에는
멸치떼가 숨죽이며 밀항선을 기다리는 함덕리에는
나의 처녀성을 아름답게 앗아간 함덕리에는

부동산업자가 배추밭에 하루 세번씩 들르는 함덕리에는  
이민회관 확성기에서 새마을 노래가 요란한 함덕리에는
사랑과 절멍과 후회의 낭만주의가 부서지는 함덕리에는

아아, 이제는 파워셔볼이 갯가 풍화암을 부수고
아이들 불도져에 올라 우주선으로 신나게 호출부호를 송신하고
집집마다 주민세와 토지세와 소득세 고지서가 발급되고
개발위원장은 며칠동안 신제주 살롱에서 마담에게 빠져있고
내 고향 함더길에는 나의 언어가 녹이 슬고
내 고향 함덕리에는 혼열아가 태어난다는 소문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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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6 10:20 2006/07/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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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리 2

김관후

밀항산 타고 일본으로 떠난 고모가
양파 씨앗을 보내와서 심었다
하늬바람 불면 모종이 큰일이라고
할아버지는 밭고랑을 밟고 울상이다
모종 고랑을 따라 비닐을 씌우며
할아버지는 마른 기침을 계속한다
올 가을 농협에 갚아야 할
리나치온 농약값과 이자도 걱정이다

밭뙤기 갈라지는 오뉴월 가뭄에
해수욕장에는 지구촌 잡것들이 모여
원더풀 원더풀 휘피림을 불어대고
큰 손자놈은 공무원 시험에 붙었다는데
마을 지서 순경이 신원조회를 한다고 다녀갔다
양파 모종에 비닐을 씌우며 할아버지는
그 무자년 어느 날에 잡혀간
아들놈을 생각하며 이빨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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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5 16:19 2006/07/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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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리 1

김관후


너무 멀리 있구나
그 유년의 숲이

모든 것이
아픔으로 다가서는 너는
그 애증을 연민으로 바꾸었구나

매일 밤
모래성을 쌓았구나

그 성에
깃발을 꽂고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지만 허망하구나

너희들은
너무 세속화되었으며
나는 그 정글에서 뭄부림쳤구나

그 유년의 숲으로
다시 갈 수 있을까

가진 것을 벗어던지고
허물을 벗어던지고
허튼 지식을 접고 맨발로
그 무한의 성을 향하여 뛸 수 있을까

비록 한밤에 울부짖는 소리가
저 숲에서
갈기갈기 찢어진다 해도
그 아름다운 유년을 간직함으로
노년의 바다는 더욱 잔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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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4 08:41 2006/07/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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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김관후


섬 속의 섬은 큰 멍울
그 섬은 외로움 덩어리
선착장에 다다른 작은 똑딱선
갯고랑으로 슬픔을 한움큼 풀면
섬은 떠난 아비 안부 다시 묻고  
어미 눈물도 벌컥 한 사발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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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3 09:05 2006/07/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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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2

김관후

산 부악에서 하늬바람 운다
산 돌오름에서 마파람 운다
질긴 목숨은 성판악 깊은 골에
태초의 신음은 저 먼 길섶에
그리고 아우성은 난장판에 흩어진다
산 마른하늘에 매운 바람 불면
흩어진 살과 뼈 묻을 수 있을까
찢어진 가슴에 봉화 아프게 타고
땅 흔들리는 캄캄한 새벽
산 계곡에 모진바람 스러진다
아비 일으킨 독한 산바람이
찢어진 역사 꿰맬 수 있을까
예언자의 피맺힌 계시가
깊은 밤 낡은 산자락에 잠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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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2 08:40 2006/07/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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