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후
섬에는
그 시절 붉은 동백이
뒷밭에 피어 쉬 지지않고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참으로 질긴 세월, 사연을 토하는구나
그 시절 피기 시작한 동백은
하나 둘 온통 섬을 물들였고
총을 든 장정들은 이미 떠나고
피를 토하며 눈물 흘리던 아이들은
이제 환갑을 앞두고 모두 시인이 되었구나
*귤림문학 14호(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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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당신은 스물 일곱 나이에
그것을 정의라 외치면서
그것을 목숨을 내놓을 일아라 생각하면서
스물 일곱 나이에 분명히 치러야 할
당신의 길이아 여기면서 떠났구나
숨을 몰아쉬며 그 길을 걷다가
그 길을 달리다가
그 스물 일곱에 그 대낮에 그 허허벌판에서
당신은 그렇게 눈을 감았구나
당신은 그것을 평화라 하였는가
당신은 그것을 서로서로 사랑해야 할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하였는가
당신은 그것을 우리 모두가 치러야 할
아름다운 혁명이라고 하였는가
스물 일곱에 당신이 떠난 자리에는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폭음만 요란하고
요란한 총소리는 당신 심장에서
한송이 꽃으로 피었구나
*귤림문학 14호(200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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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쉬지 않고
저 아늑한 봉우리를 향하여
간혹 동무를 만나면 동무와 이야기 나누며
들짐승을 만나면 들짐승과 더불어
밤을 새우며 뚜벅뚜벅
숨을 몰아쉬며 걸었구나
그 봉우리에 한 겨울에도 복수초가 피었구나
어린양을 만나면 어린양과 뒹굴고
사자를 만나면 사자와 뒹굴고
초등학교 시절 동무를 부르며
긴 어둠을 헤쳐 여기까지 왔구나
너무 아득하구나
힘들어 오를 수가 없구나
저기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애태웠는가
다시 봉우리를 향하여
밀려난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한다
그 봉우리에 한 겨울에도 복수초가 피었구나
*귤림문학 14호(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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