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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는


김관후


섬에는
그 시절 붉은 동백이
뒷밭에 피어 쉬 지지않고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참으로 질긴 세월, 사연을 토하는구나

그 시절 피기 시작한 동백은
하나 둘 온통 섬을 물들였고
총을 든 장정들은 이미 떠나고
피를 토하며 눈물 흘리던 아이들은
이제 환갑을 앞두고 모두 시인이 되었구나




*귤림문학 14호(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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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1 09:34 2006/07/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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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거동

김관후


하느님은 그 땅에서 서성거렸다
하느님은 섬땅을 어루만지며
그 언덕에 나앉아 홀로 눈물을 삼켰다
하느님을 가슴 아프게 하는 자들은
그 무한한 세상 질서를 향하여
그 긴 이야기를 풀어놓고
녹슨 방아쇠를 당기는구나
하느님은 그 땅에서 서성거렸다





*귤림문학 제14호(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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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1 09:29 2006/07/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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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온 길

김관후

세월이 지날수록
그대는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무슨 일입니까
그대는 험한 산을 걷다가
계곡을 지나다가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밤에는 승냥이 소리 들으며
낮에는 총소리에 몸을 피하며
한 세월을 산에서 들에서
숨어지내다가
이렇게 한밤에 찾아왔습니다
이제 지나온 세월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놓으십시오
이제 그대 사연에
관심 가질 사람도 없으며
또 누가 듣는다고
신고라도 하겠습니까
그대는 험한 갯가 걷다가
어촌을 지나다가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귤림문학 14호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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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1 08:29 2006/07/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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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왔구나

김관후


참으로 먼 길이다
그 길을 숨죽이고 입다물고
잘도 걸어왔구나

승냥이가 으르렁거려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육십 평생을
걷고 또 걸어 숨차게 왔구나

놈들은
항상 불을 켜고
앞을 가로 막았지만
그냥 묵묵히 아무 말 하지않고
앞만 보고 왔구나

빨갱이 아들이라 그랬다
폭도 아들이라 그랬다
해질녘이면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실컷 원망하며
그 먼길을 터벅터벅 걸어
여기까지 헐레벌떡거리며 달려왔구나

저승에서도 구분하겠는가
빨갱이인지 아닌지 구분하겠는가
그냥 죽은 순서대로
염라대왕이 받아주지 않겠는가

참으로 먼길이다
그길들 입다물고 잘도 왔구나 



*귤림문학 14호(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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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0 09:14 2006/07/2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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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일곱 나이에

김관후


당신은 스물 일곱 나이에
그것을 정의라 외치면서
그것을 목숨을 내놓을 일아라 생각하면서
스물 일곱 나이에 분명히 치러야 할
당신의 길이아 여기면서 떠났구나

숨을 몰아쉬며 그 길을 걷다가
그 길을 달리다가
그 스물 일곱에 그 대낮에 그 허허벌판에서
당신은 그렇게 눈을 감았구나

당신은 그것을 평화라 하였는가
당신은 그것을 서로서로 사랑해야 할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하였는가
당신은 그것을 우리 모두가 치러야 할
아름다운 혁명이라고 하였는가

스물 일곱에 당신이 떠난 자리에는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폭음만 요란하고
요란한 총소리는 당신 심장에서
한송이 꽃으로 피었구나

*귤림문학 14호(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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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9 09:07 2006/07/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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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향하여

김관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쉬지 않고
저 아늑한 봉우리를 향하여
간혹 동무를 만나면 동무와 이야기 나누며
들짐승을 만나면 들짐승과 더불어
밤을 새우며 뚜벅뚜벅
숨을 몰아쉬며 걸었구나

그 봉우리에 한 겨울에도 복수초가 피었구나

어린양을 만나면 어린양과 뒹굴고
사자를 만나면 사자와 뒹굴고
초등학교 시절 동무를 부르며
긴 어둠을 헤쳐 여기까지 왔구나

너무 아득하구나
힘들어 오를 수가 없구나
저기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애태웠는가
다시 봉우리를 향하여
밀려난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한다

그 봉우리에 한 겨울에도 복수초가 피었구나


*귤림문학 14호(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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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9 03:03 2006/07/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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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뒤를 따라서 외 6편

김관후

당신 뒤를 따라서
하루 종일 걸을 수 있을까
그 험한 길을 따라서
땀을 닦으며 구호를 외치며
손을 들고 발을 구르며
며칠 밤을  쉬지않고 달릴 수 있을까

당신이 떠나보낸 그 아픈 세월을
가슴 한 모퉁이에 쌓고 쌓아서
하늬바람을 맞으며 장마비를 피하며
어둠 속을 허우적거라며
가끔 깃발 나부끼는 광장에서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을까

당신 뒤를 따라서
삼백 예순 날 내내
그 아득한 천지에 닿으려고
헐레벌떡 발걸음을 재촉하며
배고픔을 억누르며
한없이 내달릴 수 있을까


*귤림문학 14호(2005년) -그외 작품 '정상을 향하여' '스물 일곱 나이에' '먼 길 왔구나' '찾아온 길' '하느님의 거동' '섬에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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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9 02:52 2006/07/19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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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에서

김관후


누가 서성거리고 있다
누가 밤새 헐떡거리며
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있다
누가  하루 전부터 한달 전부터
문고리를 잡고 흔들고 있다
누가 일 년 전부터 오십 년 전부터
비바람이 부나 눈보라가 쳐도
목청 높혀 부르고 있다
아아, 무자년 사월 초사흘부터
그 누가 아픈 심장을 위하여
긴 화살을 날리고 있다



*시향 10호(2003년 여름호),  문학공간 161호(200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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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8 19:03 2006/07/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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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봉우리를 향하여

김관후

우리 저 먼 산으로 오르자
저 봉우리를 향하여 숨소리를 낮추자
지금까지 쌓아올린 욕망을 잠깐 접고
저 바다와 저 육지를 굽어보면서
꽃 한 송이 손에 들고 산을 오르자
잠시 그냥 쉬면서 건들바람 맞기에는
우리는 아직 너무 젊었으며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뛰었는지
우리의 근본은 무엇이며 조상은 누구인지
이르 헤아리며 산을 오르기에는
우리의 구호가 너무 튼튼하구나
무자년 아우성이 밭을 흔든다
기축년 아우성이 둑을 흔든다
우리 모두 무자년 기축년 아우성 모아
망망대해 파도를 맨발로 건너자
그래서 가슴속에 품었던 한을 모아
저 산기슭에 꽃씨를 뿌리자
삶은 고구마의 따뜻한 온기와
오누이들의 소박한 시집살이의 꿈이
저 봉우리에 피어날 때 되었구나
우리 저 봉우리 향하여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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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8 13:22 2006/07/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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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봉우리를 향하여

김관후

우리 저 먼 산으로 오르자
저 봉우리를 향하여 숨소리를 낮추자
지금까지 쌓아올린 욕망을 잠깐 접고
저 바다와 저 육지를 굽어보면서
꽃 한 송이 손에 들고 산을 오르자
잠시 그냥 쉬면서 건들바람 맞기에는
우리는 아직 너무 젊었으며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뛰었는지
우리의 근본은 무엇이며 조상은 누구인지
이르 헤아리며 산을 오르기에는
우리의 구호가 너무 튼튼하구나
무자년 아우성이 밭을 흔든다
기축년 아우성이 둑을 흔든다
우리 모두 무자년 기축년 아우성 모아
망망대해 파도를 맨발로 건너자
그래서 가슴속에 품었던 한을 모아
저 산기슭에 꽃씨를 뿌리자
삶은 고구마의 따뜻한 온기와
오누이들의 소박한 시집살이의 꿈이
저 봉우리에 피어날 때 되었구나
우리 저 봉우리 향하여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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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8 13:22 2006/07/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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