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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대 걸어온 길 외 1편

〈그대 걸어온 길〉외 1편

 


김 관 후

 




그대가 걸어온 그 길을

내가 걸을 수 있을까

내가 가슴 억누르며 그 발자취를

따라갈 수 없는데

그 역사가 한반도를 돌아

녹슨 못이 되어 섬곶에 박히니

내가 그것을 붙들 수 있을까

 

핏덩이 품에 안고 밤마다

그대 찾아 돌아눕기를 수 십 번

그대 찾아 나선 길이

험한 산길인가 뒤틀린 바닷길인가

그대 떠난 길을 따라

다시 나섰지만 너무 두렵다

 

 

 

 

 

 

 

 

 

 

 

 

 

 

 

 

 

 

〈할머니〉

 

그대 집 앞에 나앉아

떠난 아들을 기다리는데 소식 없고

총소리만 귀청을 울리면서

손자 울음소리만 가슴에 박힌다

 

며느리는 집을 나가고

그 자리에 까마귀 울음소리 요란하다

하나 주고 둘 얻었으니

이게 부처님 은공이라고

손자 머리만 쓰다듬는다

 

세상 사는 일이 칼날인데

그 칼날 위에서 춤을 추고 싶은데

가슴에 박힌 멍울 때문에

엉거주춤 세월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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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12:04 2010/04/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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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들아 모여라

 

동무들아 모여라












 
김관후















저 산이 부르면 함께 가자







우뚝한 한라영산 우러러 보며






동무들과 목이 터지라고 소리지르며







창창한 대해수를 뒤에 다지니






서우봉이 저 멀리서 손짓한다







역사를 향하여 기침을 하며







떠난 동무를 불러 모은다







자그만 가슴에도 피가 흐르네







모두 떠난 아비 어미를 부르며








뼈아픈 무자년 역사 끌어안고







피맺힌 마음 끌어안고 서우봉으로 오른다








아침해 둥실둥실 비쳐오르니







물질하러 동해안으로 떠난 동무도







돈 벌러 서울로 떠난 동무도







밭도랑을 지키며 한숨만 짓던 동무도








서우봉 정기를 앞가슴에 받으며







세월을 모으고 사랑을 모으고









찬란한 강토를 자랑하면서







얼싸안고 어깨동무를 하고







과거를 찾아 오르고 또 오른다







우리는 대한의 착한 어린이







빛내자 함덕교 우리 힘으로







태극기 높이 들고 만세 부르며






모래밭을 밟으며 저 서우봉으로







오르고 도 오르면







밀항선 타고 일본으로 떠난 동무는







그곳에서 북송선에 올랐다는 소문만 들리고







대동강은 출렁거리며 우리 모두 물러대고






우리는 다시 떠난 동무를 부르며






다시 서우봉으로 오르고 또 오른다







동무들아 모여라







함덕교에 다시 모여라







새로운 역사, 통일의 역사가 눈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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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5 09:39 2010/03/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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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위하여

 

그대 위하여


김관후


떠난 사람을 부르는 것은 죄악이라고

떠난 사람을 위하여 향을 피우는 일은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숨죽여 하라고

그렇지만 오십 년 세월을 그대 위하여

광장에 나가서 구호를 외칠 때는 숨으면서

헉헉헉 헉헉헉 그대 위하여 살았노라고

누구에세 고백해야 할까 망설이노라

아아아 아아아 가슴에 맺힌 세월이여

저 어둠의 바다를 어떻게 건널까

떠난 사람 위하여 오늘 모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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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3 13:11 2010/02/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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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뜨르비행장

 

 정뜨르비행장


                                   김    관   후


섬으로 들어오는 하늘 길의 종착역

땅과 바다가 만나는 그 경계에 

하얀 선을 그리며 파도가 숨 죽이는 곳

내 애비의 시신을 수습하려고

내 어미의 시신을 수습하려고

철조망으로 들어가 구덩이를 파보니

어느 시신이 내 애비 내 어미인가

모두가 얽히고 얽혀버렸구나 

일본놈들이 군사비행장으로 사용하던 곳

해방이 되자 미군정이 적산으로 관리하던 곳

그리고 그 시절 그 곳에서 들려온 총소리는

내 애비, 내 어미 심장까지 흔들었구나

그 총소리 하얀 모래에 숨었다가

검은 현무암에 숨었다가

에머럴드빛이 되었다가 검은 빛이 되었다가

비행기 트랙을 내려오는 미친바람과 한데 어우러져

월컴, 하우두 유두 반세기 만에 다시 시작이구나 

섬에서 떠나 살자 바닷길을 따라 나서지만

땅과 바다가 만나는 그 경계에 다시 서서 

한라산 줄기를 불끈 쥐어볼 수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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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4 11:42 2009/10/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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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대 어디에 있나

 

그대 어디에 있나 


김관후

그가 살던 마을 우영까지 왔구나

그 시절 변두리 사람들 모아 놓고

민중 언어에 힘을 모으자고 힘을 주었던 그대

잠시 문고리 잡고 서성거려보지만   

그대 멀리 떠난 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충청도 사람, 강원도 사람

전국 가난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팔도 동네에서

그 속에서 천사처럼 살던 그대 어디에 있나

그 시절 그대 끌려가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그 시절이 가슴에 쌓여  

벌컥벌컥 술잔을 들이키다가 찾아왔건만

그대 살던 집 우영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오늘밤 그대 찾아 다시 벌컥벌컥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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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4 18:23 2009/09/0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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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대 곁으로

 

그대 곁으로  


                           김관후


너무 멀리 있어 그대 목소리 들리지 않고

나 뒤따를 수도 없어 마을 입구에 주저앉았지만

내가 살던 마을에서는 돼지 추렴을 하며

떠난 사람 기다리며 술잔을 부딪치는데

나는 더 이상 고개 마루를 넘을 수 없고

그대는 마을 잔치에서 벌써 벌겋게 취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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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4 18:21 2009/09/0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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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탁

 


부탁 


김관후

무엇하고 계십니까

반란을 모의 하고 있는 것은 아니죠

멀리서 총을 멘 토벌대가 밀려옵니다

빨리 저 서우봉 바닷가에 세워둔 똑딱배를 타고

저 일본으로 떠나십시오

토벌대가 평화를 만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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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2:12 2009/08/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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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할머니 제삿날

 

할머니 제삿날

김관후
 


할머니가 정미소 입구에 앉아

쌀 한 움큼 내손에 쥐어주며  

하나 잃고 둘 얻었으니 복이구나 한다

하나는 기축년  죽은 아버지이고

둘은 나와 동생을 일컬음이니

나와 동생은 제삿상에 술잔을 올리고 난 후 

할머니가 준 생쌀을 부득부득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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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2:04 2009/08/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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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하가 오는 날

 

각하가 오는 날


김관후

우리의 국부 각하가 섬에 온다

학교길 쓰레기도 말끔히 쓸어내고 

앞가슴 이름표도 반듯하게 붙이고

각하가 우리 마을을 지나는데

단정한 차림으로 태극기를 양손에 들고

각하를 기다리자


동무들은 민둥머리에 땡볕을 맞으며

우렁차게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 날을

소리 지르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동무들은 각하를 위한 동시 짖기도 했다


각하는 독립운동을 하던 분

저 아메리카 합중국에서 박사가 된 분

서양 여자를 아내를 맞이한 분

그런 각하가 오늘 우리 마을을 지나간다

아아, 우리 국부 각하는 만민을 사랑하는

예수쟁이란다

검정고무신을 신은 동무들도

짚신을 신은 동무들도 

가슴이 불쑥 튀어난 계집애 동무들도 

석양이 뉘엿뉘엿 질 때까지

아직 소식 없는 각하를 내내 기다렸지만

기다리는 각하는 다른 마을로 갔는가 

독립운동가 각하는 오지를 않고

동무들 목청만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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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2:02 2009/08/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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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 시절 사랑

 

그 시절 사랑


김관후


 제발 그 드높은 문을 열어주십시오

 풀려나야 하는데 풀어주는 것

 또한 밝지 못한 것을 밝게 하는 것

 서로 만나 얼굴 비비며 눈물 흘리는 것

 그것이 그 시절 사랑이니까요


 그대 눈물 꾹꾹 누르며 어디로 떠났는지 

 나의 내면은 육십 년을 불타올랐는데

 애틋한 마음까지 그대 따라 보냈는데

 밭갈이는 어렵고 날은 어둡던 시절

 정녕 그 시절 사랑을 접어야할까요

 

 그대 스러져 가고 우리 살던 집 불타고 

 우리 집 곳간 속 보리 밀 콩 훔쳐가고 

 큰 삼촌 쇠막에 몰래 숨었다가  체포되고

 그렇지만 팔십 넘긴 나의 어머니까지 

 그 시절 사랑을 그리워합니다 

 

 그대 떠난 바닷길을 진정시켜 주십시오

 혁명이 아닌 것을 위하여 혁명을 하는 것

 통일이 아닌 것을 위하여 통일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을  그 파도에 휘말리게 하고 

 진정 그 시절 사랑을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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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2:00 2009/08/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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